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SCOPE & SLOPE
기울어진 지붕, 기댈 수 있는 집
이 집은 지붕을 바닥까지 끌어내리며, 하나의 기울어진 덩어리로 구성되었다. 혹은 벽이 기울어져 지붕과 이어진 형태라고도 말할 수 있다. 이 경사면은 단순한 형상이 아니라, 사람이 기댈 수 있는, 몸의 자세를 유도하는 풍경이다.
지역 커뮤니티를 위한 문화공간과 맞닿아 있는 이 집은, 그 사용자들이 맺게 될 다양한 관계의 방식을 존중한다. 거실과 문화공간이 만나는 지점에는 두 개의 Scope가 있다. 하나는 외부로 열려 있는 중정이고, 다른 하나는 내부에 마련된 알코브 형태의 돌출 창이다. 혼자 있고 싶을 땐 내부에 머물고, 소통하고 싶을 땐 중정으로 나가면 된다. 중정의 지붕을 접어 스탠딩 테이블로 설계해, 이곳에서 소박한 취미활동이나 주변과의 교류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.
각 외부 공간은 서로 다른 수준의 프라이버시를 가지며, 집과 외부의 경계를 입체적으로 조율하고 있는 반면, 하나로 연결된 내부는 지붕의 형태 변화만으로 서로 다른 영역 감을 갖는다. 문과 벽 없이도 공간은 자연스럽게 구분되며, 화장실을 제외하면 ‘방문’이라 부를 수 있는 경계는 없지만, 시선과 동선, 높낮이의 조절을 통해 공간의 성격이 달라진다.
외장은 검은 탄화목으로 마감해 주변 환경과의 강한 인상을 주며, 실내는 자작나무, 화이트 오크 등 부드러운 색감의 소재를 사용해 단단한 외피와 대비되는 따뜻한 분위기를 형성했다.
건축주의 나이가 많지 않은 점을 고려하여, 이 집은 향후 가족 구성 변화에 따라 다양한 방식의 거주가 가능하도록 구성되었다. Scope and Slope는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삶의 리듬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하는 경계의 집이다.
글: 민지희
프로젝트명: SCOPE & SLOPE
위치: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
구조: 경량목구조
용도: 단독주택
면적: 78제곱미터, 지상1층
외장재: 탄화목
내장재: 화이트오크, 자작합판, 수성페인트
창호: 윈센 시스템창호 3중유리
설계: 건축사사무소 애니텍처
구조설계: 김갑경
기계,전기: 코담 엔지니어링
사진 및 드론 촬영: 송영진
























